1930년대 대공황 이후, 금융시스템이 순식간에 와해되는 것에 대한 무서움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현재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힘을 모아서 최소한 완전히 붕괴되는 것은 막고 있는 형국입니다.
1980년대 이후 금융위기는 생각보다 자주 찾아 왔습니다. 지난 포스트에서 1982년의 국제 금융위기에 대해서는 다룬 바 있으므로, 오늘은 원인적인 측면에서 작금의 경제위기 상황과 가장 유사하다고 하는 1986년 저축대부조합 사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저축대부조합(S&I, Savings & Loans Association)사태는 1986년에 있었습니다. 사실 이 사건과 1998년 LTCM 사태를 두고는 원인과 해법의 측면에서 거시경제적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다루어 지기도 합니다. 기본적으로 저축대부조합사태는 지급불능(insolvency)에 따른 '디폴트'가 원인이 되었고, LTCM의 경우 유동성 문제(illiquidity) 로 인한 '모라토리엄'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에 LTCM 사건에 대해서 다룰 때 더 자세히 건드려 보겠습니다.
1986년 저축대부조합 사태의 경우 금리 리스크의 관리 실패 및 감독 당국의 부적절한 대응, 그리고 1980년대 부동산 경기의 급랭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모기지 대출의 증가, 금리상승 및 주택경기의 둔화에 의한 모기지 대출의 부실이 원인인 현재의 서브 프라임 사태와 원인적인 측면에서 유사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에서 부실자산 처리를 위한 RTC를 신설하고 감독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태를 정리합니다. 현재 미국 정부에서 취하고 있는 정책의 상당부분이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때 약 5000억 달러 정도의 비용이 들어갔으며, 미국 경제 전반이 일시적인 침체의 양상을 보이게 됩니다.
저축대부조합은 저축계좌의 운영과 모기지 대출을 주로하는 금융기관입니다. 19세기 초 미국의 은행들이 비교적 재정이 탄탄한 자본가에 의해서 운영이 되었던 것에 비해, 이러한 저축대부조합은 많은 사람들이 집단의 힘으로 저축을 해서 자본을 모이고 또한, 모인 자본을 운용하고 같이 대출을 하는 형태의 금융기관으로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합니다 (국내의 상호신용금고와 비슷).
저축대부조합은 20세기 초반에 모기지 대출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활황을 맞게 됩니다. 1946년 상영된 영화인 "아름다운 인생 (It's a Wonderful Life)"라는 영화에서도 저축대부조합이 멋지게 그려집니다. 모기지(mortgage) 대출은 일반적인 상상과는 달리 은행이 아닌, 보험회사에서 제일 처음 실시하였습니다. 당시의 방식은 현대의 모기지 대출방식과는 상당히 달라서 비교적 짧은 대출기간에 대부분 초기에는 이자 수준의 작은 돈만 내다가 마지막에 원금 전부를 갚는 것과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이 경우 초기 진입이 쉽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살 때마다 이를 이용하였는데, 마지막에 지불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집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 하엿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고자 미국 의회가 1932년 연방주택대출은행법(Federal Home Loan Bank Act)를 1932년 대공황 기간 동안에 제정을 하게 됩니다. 이 법에 의해 연방주택대출은행(Federal Home Loan Bank, FHLB)가 설립이 되고, 이 은행을 관장하는 연방주택대출은행 이사회(Federal Home Loan Bank Board)가 다른 은행들에게 장기간의 대출을 장려하기 위한 펀드를 제공하기 시작합니다. 기본적으로 보험회사 보다는 은행들이 집을 사는데 필요한 장기대출을 담당하게 함으로써 서민들이 집을 장만하기 쉽고, 지급불능에 빠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지요 ...
연방주택대출은행이 모기지 대출을 위한 펀드를 제공하면서, 미국 내에 수많은 저축대부조합이 생기게 됩니다. 쉽게 연방은행으로부터 큰 돈을 받아서 모기지 대출을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상업은행에 비해 저축대부조합은 저축과 대출 양쪽에 모두 약간 높은 금리를 적용합니다. 이를 통해 일반인으로부터의 저축을 많이 유도하고, 여기서 모은 자금을 바탕으로 보다 공격적인 모기지 대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저축계좌만 가능하고 미국인들이 모두 이용하는 당좌계좌(checking account)에는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규모가 커지는 데에는 상당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미국 의회는 1980년에 저축대부조합에 당좌계좌를 통한 대출 및 신용카드의 발급, 상업적 부동산 대출 등이 모두 가능한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이를 통해 저축대부조합이 급격히 활성화되는 전기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86년의 저축대부조합의 위기가 닥칩니다. 1986년부터 1995년까지 10년간 저축대부조합의 수가 3,234개에서 1,645개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되고 많은 수의 조합이 파산하거나 합병을 당하게 되는 운명에 처하게 됩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부적절한 묻지마 대출이었던 것은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듯 합니다.
1980년대의 저축대부조합의 활황으로 미국 경제는 거품에 들어가게 되고, 과도한 건축 및 상업형 부동산의 건축이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국제 원유가격이 떨어지자 에너지에 의한 수입이 많았던 주(텍사스, 루이지애나, 오클라호마)에서 부터 수입이 줄어들자 갑자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초기에 위기가 닥치자, 이런 종류의 위기관리의 경험이 없었던 조합들은 단기적인 수익성의 악화만을 우려한 나머지 신용평가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대출 방법을 이용하지 않고, 보다 위험부담이 높지만 수익성이 높은 대출에 뛰어들게 되면서 몰락을 자초합니다.
결국 1989년 FIRREA(Financial Institutions Reform, Recovery and Enforcement Act)라는 법을 통해 연방의 규제를 강화하면서 사태가 수습 국면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법의 대표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방주택대출은행이사회(FHLBB)와 연방저축대출보험회사(FSLIC, Federal Savings and Loan Insurance Corporation)의 퇴출
재무부 소속 저축기관에 대한 감독을 위한 저축기관감독청(Office of Thrift Supervision)의 신설
FDIC가 관리하는 저축조합보험기금(Savings Association Insurance Fund)의 신설로 예금자 보호
이를 위해 1986년부터 1995년까지 10년간 5190억 달러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 됩니다. 이 사태가 완전히 정리되는데는 꼬박 10년이 걸렸네요. 또한, 예측도 잘못되고 초기에 들어가서 정리해야 되는 자금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으면서 사태의 장기화를 끌어낸 교훈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글을 읽으신 분들은 느끼시겠지만, 현재의 경제위기가 저축대부조합 사태와 원인적으로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음은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현재의 위기는 여기에 더불어 전개과정에서 투자은행의 유동성 위기와 손실증가를 통해 신용의 위기로 파급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다음에는 유동성 위기의 예로 살펴볼 수 있는 LTCM 사태를 한 번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저축대부조합 사건의 종결 후 이에 대한 FDIC의 리뷰 리포트를 링크합니다.
시사 iN 54호(2008년9월27일) 커버스토리는 『월가의 침몰, 미국식 자본주의 수장되는가』라는 제목으로 14페이지의 기획기사가 나왔습니다. 주간지 총96페이지에서 1/7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상당히 큰 비중으로 다뤘습니다. 시사iN기사 전문은 링크를 걸어 놓았으니 전체를 읽을실 분은 방문하세요. 기사를 읽으며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는 서브프라임과 미국 금융에 대하여 이해가 되는 계기가 되었고 개략적으로 정리하고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