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개발과 발명, 그리고 발견의 역사를 보면 의외로 원래 개발되었던 곳에서는 전혀 주목을 끌지 못하다가 완전히 다른 곳에서 대박을 터뜨리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최초 발명자가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다는 것 때문에 시큰둥하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대의학, 그 중에서도 현대적 수술이 가능하게 만든 획기적인 사건으로 마취제의 개발을 꼽습니다. 전신 마취제는 에테르가 처음에 이용되었지만, 전장과 같이 응급상황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마취제는 지금은 가장 유명한 마약 중의 하나인 코카인(Cocaine)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나폴레옹 전쟁 후 발발한 최초의 커다란 전쟁인 크림 전쟁(Crimean War)은 엄청난 사상자를 낳은 준세계대전 입니다. 그런데, 크림 전쟁은 역사적으로 의학의 발전의 역사에 큰 공헌을 한 전쟁입니다. 현대의 간호학이라는 학문과 간호학을 정립한 나이팅게일이 활약한 것도 이 전쟁이었고, 전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마취제로 코카인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 전쟁에서 였습니다.
그런데, 코카인의 중독성이 밝혀지면서 결국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코카인 계열의 뛰어난 마취효과를 살리기 위한 여러 가지 변형 연구가 진행이 되었는데, 그 결과가 꽃을 피운 것이 1905년 독일의 화학자인 Alfred Einhorn이 발명한 노보캐인(Novocaine) 입니다. 노보캐인은 코카인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중독성을 없앴습니다. 그래서, 발명자는 모든 의사들이 그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남은 생애를 바쳤지만, 외과의사들이 이를 제대로 사용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제품은 치과의사들이 이를 빼거나 때우는 여러가지 치료를 할 때 매우 유용하게 쓰이기 시작하면서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됩니다. 그렇지만, 발명자는 외과에서 이용되지 않은 것에 매우 실망하여 낙담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후 노보캐인을 시작으로 다양한 국소마취제가 개발되어 현대의학에 대단한 공헌을 하게 됩니다. 약제의 이름이 ~캐인으로 끝나는 것들이 대부분 코카인의 화학구조와 유사한 것들인데, 지금도 병원에서 이용되는 프로캐인, 리도캐인, 부피바캐인 등이 모두 이쪽 계열에 속합니다.
이와 같이 시장은 발명자들이 생각했던 곳에서 생성되기 보다는, 다른 곳에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그러므로, 본인이 계획했던 것과 일이 다르게 흘러가더라도 언제나 마음을 열고 바라보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터드러커가 그의 저서 "Next Society"에 저술한 내용에 따르면, 혁신적 제품들과 기술들 가운데 창업자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은 10% 혹은 15%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나머지 15~20%, 잘해야 30% 정도는 참담한 실패도 아니고, 반대로 대성공을 거두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한 5년 정도 지나고 나면 해당 기술의 진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물론 나머지 60% 정도는 그리 뛰어난 기술이 아닌 것이지요 ...
어떤 발명품이 당장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10년 후가 되면 그 누군가 똑같은 일을 하고 거기에 약간의 아이디어를 첨가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전략이 혁신 그 자체보다 훨씬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