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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의 실버에이지에 등장한 여러 소설 중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쟝르는 인간의 진화와 새로운 인류로의 변신(transformation)과 관련한 것들이다. 흔히 이런 서브쟝르를 <신인류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전공학과 뇌과학의 발달, 그리고 인공지능과 임플란트 기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신인류와 관련한 내용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기를 끌 수 밖에 없는 쟝르다.


대표적으로 3작품을 꼽을 수 있는데, 대니얼 키스(Daniel F. Keyes)의 <앨저넌에게 꽃을(Flowers for Algernon)>, 알프레드 베스터(Alfred Bester)의 <파괴된 사나이(The Demolished Man)>, 그리고 시어도어 스터전(Theodore Sturgeon)의 <인간을 넘어서(More than Human)>이 그것이다. 3작품 모두 명작이기도 하고, 국내에 번역판도 출시되었다. <인간을 넘어서>가 절판되어 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나머지 두 작품은 번역판이 현재도 판매가 되고 있다.


<앨저넌에게 꽃을>은 주인공인 '찰리 고든'이 정신지체였다가 수술을 받고 점점 머리가 좋아져 가면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완전히 다른  감정을 느끼고 몰락해가는 이야기다. 찰리는 뇌 발달 수술의 첫 번째 임상시험자였고, 아무도 그 후유증에 대해서 확신을 갖지 못했다. 그런데, 찰리는 수술을 받기 전에 먼저 수술을 받았던 앨저넌이라는 쥐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한다. 책의 제목은 소설의 마지막에서 찰리가 "제 집 근처에 들를 기회가 있다면, 집 뒤뜰에 있는 앨저넌의 무덤에 꽃을 바쳐주세요"라는 대사에서 따왔다. 찰리는 정신지체였을 때에는 자신이 왕따당한다는 것을 몰랐지만, 이를 조금씩 인지하다가 나중에 다시 외톨이가 되어가는 과정이 단순한 SF라서가 아니라 인간의 지능과 인간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이다. 일기의 형식을 빌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특히 수슬을 받기 전의 일기와 수술을 받은 후, 그리고 수술 부작용으로 퇴화작용이 시작된 이후의 일기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SF를 넘어서서 개인의 심리묘사라는 측면에서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1959년 휴고상 중편 부분을 수상했으며, 1966년에는 네뷸라 상 장편 부분 수상을 했다. 


이 작품은 이후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미쳤다. 1968년 개봉한 영화 <찰리(Charly)>가 이 작품이 원작이며, 우리나라에서도 TV드라마와 연극들 중에서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은 스토리라인이 많이 등장한다. 참고로 이 책의 일본판 제목은 <진심을 그대에게>인데, 최고의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꼽히는 신세기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최종화 제목이기도 하다. 이 소설의 제목에서 실제로 따왔다고 한다.




<파괴된 사나이>는 에스퍼(Esper)에 대한 이야기다 . 초능력자 중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에스퍼는 뭔가 특별한 능력이기 때문에 보통은 엑스맨처럼 수퍼휴먼으로 취급되는 것이 보통인데, <파괴된 사나이>에서는 에스퍼의 존재를 공식화해서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는 듯이 접근한다. <파괴된 사나이>의 사회에서는 잠재적 에스퍼들이 길드의 테스트를 통해 발견된 다음에 이들을 교육하고 수련을 통해서 자신의 능력에 따라 1, 2, 3급 에스퍼로 탄생한다. 마치 <나루토>에서 닌자들이 초급, 중급, 고급 닌자로 배출되고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한 시스템이랄까? 이렇게 에스퍼가 상시적인 일을 하는 집단이다 보니 이들이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엄격한 윤리규약을 가지고 길드가 회원들을 통제한다. 재미있는 것은 에스퍼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데다가 서로의 마음도 읽기 때문에 범죄의 의도를 가지거나, 범죄 이후의 감정 등을 들킬 수 있으므로 범죄율이 무척 낮은 사회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현재의 프라이버시의 범위는 마음 속까지는 알 수 없는데, 에스퍼들이 사회에서 돌아다니면 그 조차도 숨기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운 마음 속까지 투명(?)한 사회에서 어떻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을지에 대해 흥미로운 발상들을 내놓는다. 어떻게 알리바이를 준비하고 자기 주변에 보호막을 구축해 나가는 과정, 또한 이런 범죄를 밝혀내기 위해 수사를 해 나가는 과정이 워낙 치밀하게 기술이 되어 마치 고전 추리소설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1953년 휴고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에서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법정과 관련한 설정이다. 에스퍼가 타인의 머릿속에서 읽어낸 내용은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하지 않으며, 증거에 대한 분석을 검토해 기소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검사가 아니고 컴퓨터라는 점이다. 범죄의 구성 요소인 동기, 기회, 수단 이 세 가지 모두가 물적 증거로 뒷받침이 되어야만 기소가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확실히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알면서도 모든 것을 증거에 기반해서 접근을 한다. 






생애 자체가 파란만장했던 시어도어 스터전의 작품인 <인간을 넘어서>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진정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생각해야 할 정신을 제시한다. 게슈탈트gestalt개념을 인간에게 적용한 SF로 유명한데, '인간이 뭉치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상상력을 끝까지 밀어붙인 작품이다. 인간이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제시했는데, 크게 세 편의 중편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상한 바보(게슈탈트 개체의 형성), 아기는 세 살(게슈탈트의 방황) 그리고 도덕성(게슈탈트 사회로의 편입)이 그것인데, 이를 서로 다른 화자를 통해 정리하였다. 이 책에는 정신지체아, 신체장애자, 사회에서 낙오된 아이들과 같은 수 많은 약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작가인 시어도어 스터전의 일생과도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는 필라델피아의 오버브룩 고교를 다녔던 것이 학력의 전부이며 아파트 관리인, 중장비 기사, 선원, 저작권 대리인 등의 직업을 전전했다. 그의 작품은 쟝르를 넘나드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SF에 환상과 마법까지 넘나들면서 독특한 감성과 심리묘사를 한 작가이었기에 더욱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또한 그는 “SF 소설의 90퍼센트는 쓰레기다. 하지만, 모든 것의 90퍼센트 역시 쓰레기다.”라는 말을 남겨서 더욱 유명하다.


첫 번째 중편인 이상한 바보에서는 후에 호모 게슈탈트를 이룰 사람들이 하나식 등장한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조종하는 바보 론, 염동력을 가지고 있는 제니, 순간이동능력을 가진 보니와 바니, 고아 제리, 공학의 천재 힙. 그리고 미친 아버지에게서 자라난 알리샤와 이블린. 또,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기. 두 번째 중편인 아기는 세 살과 세 번째 중편인 도덕성에서는 이들 중 일부의 죽음과 성장과 변화 등으로 전개가 된다. 


이 책이 인상적인 것은 결국 '인간을 넘어선' 초인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초인이 흔히 생각하는 수퍼휴먼의 형태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유기체를 구성하는 '호모 게슈탈트'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스타크래프트 저그 종족의 오버로드나 미국 SF드라마 시리즈인 어스파이널컨필릭트(Earth Final Conflict, efc)의 외계인 종족들, 그리고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신인류 프로젝트 등에서도 이런 개념이 나오지만, 스터전의 호모 게슈탈트는 조금 다르다. 스터전은 인간이 의식을 공유하는 텔레파시 같은 능력으로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어떤 능력을 가진 이들이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충하고, 하나의 존재처럼 협력하는 그런 그림을 그려낸다. 이런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결국 부족했던 점들을 서로 보완하고 완성된 호모 게슈탈트는 ‘인류의 보호자’ 같은 존재로서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나간다는 스토리로, 새로운 형태의 ‘초인’을 그려 내었다. 물론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개인의 개성이 완전히 사라진 그런 합일된 존재가 아니라 적절한 균형을 이룬 그런 공동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앞으로 초연결사회가 진행될수록 이런 질문은 더욱 우리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인류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것이 '협력의 인간'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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