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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컸고, 또한 미래의 모습을 잘 그려냈으며, 실제 기술개발에도 크게 관여한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의 뉴로맨서(Neuromancer)가 이번 달 발간 30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사이버 펑크라는 쟝르에 탄생에도 크게 기여한 이 작품은 필자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놀랍게 생각하는 SF소설이다.


윌리엄 깁슨은 특히 네트워크로 연결된 무수한 컴퓨터를 바탕으로 한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 개념을 멋지게 그려냈는데, 아직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이전에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활용되는 것을 보면서 언젠가는 이렇게 수많은 컴퓨터들이 연결된 세상이 만들어낼 가상의 공간과 이를 항해하고, 접근하며 조작하는 미래의 모습을 정말 현실감있게 표현했다. 


뉴로맨서를 읽다보면 재미있는 개념과 회화적인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실 세계의 캐릭터가 어딘가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플러그 등의 접속장비를 통해 직접 연결을 해야 한다든지(이런 개념은 공각기동대 포함해서 수 많은 사이버펑크 계열의 영화와 애니메이션 등에서 차용되어 표현되었다), 어두운 뒷골목의 해커들의 도시와 같은 느낌의 도쿄와 치바, 그리고 스프롤(Sprawl)로 표현되는 거대한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인공적인 하늘과 기후조절이 가능한 도시의 설정 등, 소설이지만 가상과 실세계를 넘나드는 탁월한 표현력이 특히 매력적이다.


윌리엄 깁슨이 뉴로맨서를 집필하던 1980년대는 처음으로 글로벌화된 양극화가 진행되던 시기이고, 첨단 기술들이 보급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미래에는 첨단 기술에 의한 반란이나 저항 등이 나타날 수 있음을 상상하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런 배경 속에서 윌리엄 깁슨이 뉴로맨서에 그려내었던 여러 장면들은 이제 실체화가 되기도 하였다. 어쩌면 그보다 심한 상황인지도 모른다. 미국이라는 절대권력자는 NSA라는 에이전시를 통해 전 세계를 감시하려는 시도를 실제로 하다가 발각되었고, 몇몇 거대 기업들은 개개인의 수 많은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바탕으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 반발해서 보다 자유로운 인터넷과 공유문화를 퍼뜨리기 위한 사람들도 늘어났으며, 동시에 이를 약간은 파괴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자유를 획득하려는 해커그룹들도 실제로 존재한다. 소설 속의 이야기만이 아닌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아래 링크한 글도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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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맨서는 600만 부가 팔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그렇지만, 팔린 것도 팔린 것이지만 이 작품이 위대한 것은 이 소설이 그려낸 철학과 배경, 그리고 접근방식이 사이버펑크(cyberpunk)라는 하나의 서브쟝르가 되면서 수많은 아류작들을 탄생시키고 동시에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포함한 다채로운 형식으로도 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이후 활성화된 인터넷에 대한 개념을 잡는데에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쇼스키 남매는 윌리엄 깁슨의 비전에 프랑스 철학자 쟝 보들레르의 철학을 가미한 방식으로 매트릭스를 제작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뉴로맨서에 나오는 매력적인 기술들 중에는 여전히 앞으로 발전의 가능성이 높은 것들도 있다. 소설 중에 자주 등장하는 심스팀(simstim)은 원격지에서 다른 사람의 감각을 그대로 느끼게 해주는 장비이다. 주로 파트너였던 몰리(Molly)에게 케이스가 심스팀을 많이 사용한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최근 23억 달러라는 거액에 페이스북에 인수된 Oculus Rift의 가상현실 헤드셋이 저렴하게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이와 유사한 상황이 앞으로는 나타날수도 있겠다는 상상도 해본다.


윌리엄 깁슨은 이제 66세가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열심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데, 가디언의 기사를 보면 그의 차기작으로 알려진 "The Peripheral"은 지금보다 훨씬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한 문화적 변화를 그려내는데 있어 그 어느 누구보다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기에 새로 나올 작품들도 많은 기대가 된다. 이제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꼭 과학자나 엔지니어들의 몫이 아니다. 윌리엄 깁슨과 같은 탁월한 소설가나 몽상가들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앞으로는 사회학자나 법학자, 그리고 일반 시민들도 더 많이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윌리엄 깁슨은 오늘날 이야기하는 융합의 또다른 전형을 보여준 인물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지막으로 ... 뉴로맨서의 30주년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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