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페이스북 때문에 최근 프라이버시와 관련한 더욱 많은 논의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무리 편리한 것도 좋지만, 너무 프라이버시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에 대한 우려를 담은 시각이 대부분인 듯하다. 그러나, 프라이버시는 양날의 검이다.  강화하면 강화할수록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함은 줄어들게 되며, 사회가 현재 발전되는 방향성에 저항을 하는 꼴이 되며, 반대로 개인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정보를 많이 이용해서 편리한 서비스가 만들어지면 만들어질수록 프라이버시는 침해가 된다.  결국 개인들이 어느 정도의 개인정보를 활용할 것인지 결정하고, 현명하게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사회적으로도 전체적인 유용성과 프라이버시 노출 정도에 대한 일정한 사회적 합의과정도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개방과 보호의 줄타기

최근 독일 베를린의 소셜과학 연구센터(Social Science Research Center)에서는 225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라이버시 정보와 관련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들은 2가지 다른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같은 DVD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는데, 양 스토어 모두 고객들의 이름과 주소, 이메일 주소를 요구하였다. 그 중 한 매장에서는 여기에 생년월일과 매달 수입까지 요구하였다. 대신 이 매장에서는 1유로의 할인을 제공하였는데, 이 그룹에서 구매를 한 42명의 대학생들 중 39명은 정보를 적어내고 1유로 할인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정보요구에 대한 할인혜택이 사라진 다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프라이버시 정보를 적어냈으며, 이를 더 잘 보호하는 매장이라고 해서 매출이 더 오르거나 하지 않았다. 이 실험이 끝난 이후에 실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75%의 참여자들이 개인정보 보호에 매우 큰 관심이 있으며, 95%가 관심이 있다고 답변을 하였다. 이 연구의 결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때에는 모두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것 같지만, 실제 행동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UPI-Zogby 인터내셔널의 2007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는 소비자로서 자신들의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다고 답을 했고, 91%가 정보의 도용에 대한 우려를 이야기했다는 결과 수치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미 프라이버시가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데이터는 없지만, 보통의 미국인들은 하루에 200번 정도 카메라에 포착된다고 한다. 신호대기중, 고속도로 통행료를 낼 때,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뽑거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등등.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지속적으로 감시 카메라에 노출되어 있다. 이미 수백 대의 감시 카메라가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으며, 점점 그 수는 늘어나고만 있다. 여기에 모바일 카메라들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센서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전체 정보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또한, 공공기관들은 각 개인의 정보를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으며, 민간회사인 금융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까지 생각하면 오싹할 정도이다. 또한, 우리들의 이메일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웹메일 회사들은 어떤가? 심지어 G메일은 이메일 내용을 자동파악해서 그에 맞는 광고까지 우측에 보여준다. 또한, 수십 억건의 카드 거래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서, 그것도 다차원적으로 (최근 현대카드의 광고를 보라) 소비자 행동모델을 분석해서 다양한 이메일과 구매정보를 보내는 카드사들의 정보 장악력은 어떤가? 실제로 2014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최악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개인정보의 소중함(?)과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건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로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자체를 던져본 적이 있는가? 

프라이버시와 관련해서 페이스북의 CEO 마크 주커버그는 2011년 "우리에게 프라이버시는 없다”라는 말을 했다가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데, 오라클에 합병된 썬 마이크로시스템스의 CEO 였던 스콧 맥닐리 역시 "당신에게 프라이버시란 없다. 그렇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라"는 말을 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프라이버시가 없는 암울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이미 우리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해커들의 강령 중에는 "정보는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는 말이 있다. 이미 우리들은 스팸메일이 들어올 것을 알면서도 할인을 받는 행위를 하고, 여러 웹 사이트나 경품행사 등에 나의 정보를 자세히 적어넣고 있으며, 단돈 1,000원만 벌 수 있다면 왠만한 정보는 헌신짝처럼 취급하고 있다. 휴대폰은 GPS가 달려있지 않아도 대략적인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기능을 활용하고 있고, 우리가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는지 인터넷 공급자들이 알 수 있는 상황이지만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신력 있는 기관들은 안전한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2007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전자 및 종이기록이 무려 1억 2700만 건이나 분실되거나 해커들에 의해 침투당했으며, 여기에는 정부기관들이나 금융기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정보를 아무것도 적어내지 않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미 우리의 정보는 만천하에 공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데이터를 들이대서 그렇지, 최근의 개인정보 노출과 관련한 사건/사고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되려 액티브X 천국이라는 엄청난 강점(?)때문에 몰라도 그 이상으로 심각하게 개인정보가 침해당했을 것이다.

어찌보면 우리들은 잘 모르지만,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적극적인 사용자인지도 모른다. 제프 자비스는 <공개하고 공유하라>라는 책에서 개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개인의 판단에 의해 숨길 것은 숨기고, 내놓을 것은 내놓음으로써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하라는 쪽에 방점을 찍은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아무래도 개방을 통한 혁신의 가치는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프라이버시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반대로 지나친 두려움은 미래의 가치를 훼손함으로써 우리에게 더 커다란 손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면서, 적절한 활용을 위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조차 본인의 집 주소나 집의 가격, 생일, 주식가치, 취미나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비밀로 할 수 없는 세상이다. 구글 어스를 이용하면 그의 집과 부지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호하고 싶다면, 가능한 현금으로 결제하고, 아무리 할인행사가 많아도 개인정보를 적어넣지 말 것이며, 휴대폰도 GPS와 WiFi 등을 모두 끄고 최대한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결국 엄청난 불편을 감수하는 수 밖에 없다.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개인적으로 유지하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아마도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에 아예 접속하지 않고, 카메라가 있는 공공장소에 나가지 않으며, 차량도 추적이 되므로 운전도 하지 말고, 은행도 이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의 개인정보가 이미 노출되고 있다면, 차라리 더욱 투명한 사회라는 개념을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 뉴욕대학의 아담 페넨버그(Adam Pennenberg)는 "바이럴루프(Viral Loop)"라는 책에서 이렇게 주장한 바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문제를 둘러싼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더 관련이 있는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개인정보가 사용된다는 사실이 그리 해로운 것은 아니다.  구글은 당신이 진흙 레슬링이나 물건 던지기에 흥미를 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어떻다는 말인가?  정부가 소환장이라도 발급하지 않는 이상 구글은 아무에게도 이것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당신 친구들에게 당신이 블록버스터에서 괴기 공포영화를 빌렸다고 알려준다면?  기껏해야 친구들은 영화제목을 물어볼 뿐이다.  

긍정적인 면을 보자면, 우리의 개인정보가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보다 관대하고 덜 비판적인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젊은이들은 소셜 네트워크에 모여 자기들 삶의 가장 은밀한 부분들까지 모든 것을 공유한다.  그들에게 있어 페이스북에 공개되지 않은 일은 아예 발생하지 않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략) ...

공갈협박은 사실 시장에 존재하는 정보 유무의 차이를 이용하여 금전적 이익을 꾀하는 정보의 차익거래에 지나지 않는다.  50년 전에는 이혼 사실이 여성에게 매우 좋지 않게 작용했고,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주었다.  알코올이나 약물중독 치료를 받은 사람은 특정집단들로부터 차단된다.  동성애자임을 밝힌 사람은 사회적 외톨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모두가 각자의 비밀이 남에게 알려지기 더 쉬운 상태에 놓였기 때문에 혼자 남보다 더 고상한 척 해봤자 별 소용이 없다.  

사생활이 사라졌다고 울분을 쏟아낼 수는 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 우리가 현실적으로 할 수는 일은 무엇인가?  구글같은 검색엔진을 쓰지 않는 것?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  말도 안되는 소리다.  감시 카메라를 설치한 상점이나 기업에 항의하는 것? 승산이 없다.  그렇다고 설마 정부가 개입해 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닐테고 ...  개인정보의 상실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일 수도 있다.  밝은 면을 봐라.

아담 페넨버그의 주장은 사실 지나치게 논쟁적이기도 하고 다소 극단적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가치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통해 개방이라는 것의 힘을 공공화라는 가치로 승화시켜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디지털과 IT,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는 가장 커다란 원동력은 가치를 증폭시킬 수 있는 디지털의 원리와 이런 변화를 허용하는 수많은 선각자들의 “공유” 정신에서 싹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오픈플랫폼과 생태계”라는 용어도 결국에는 공유의 철학에 관한 것이다. 이런 공유의 철학을 통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공유재(commons)”라고 한다. 이것이 의미를 갖는 것은 자유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유가 가져다주는 가치와 혁신 때문이다. 비록 사회의 제도와 규칙은 여전히 기득권자들을 중심으로 보호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겠지만, 변화와 사회의 발전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법률과 관계없이 자신들이 만들어낸 혁신의 가치를 자발적으로 공유하고,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다면 결국 이런 구시대적인 법률과 파워집단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제프 자비스는 “공유재”라는 말 대신 “공공화(publicness)”라는 개념을 소개했는데, 그는 공개를 통해 정보를 얻고, 결정을내리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우리가 더 많이 공유할수록 다른 사람이 공유하는 것으로부터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공개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공유할 것인가 말 것인가, 연결을 맺을 것인가 말 것인가는 우리가 선택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이득과 위험을 모두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모바일과 소셜 기술은 이런 새로운 선택을 통한 위험과 기회를 모두 확대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선택을 스스로 합리적으로 하는 것이다. 기업이나 정부에서 대신 선택하고, 통제하기를 바라고 싶지는 않다. 그러려면 공공화에 대한 개념과 실천방법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미래의 인터넷은 개인정보보호와 프라이버시, 그리고 공공성과 가치를 선택하는 자유와 관련한 충분한 고민을 담아낸 서비스들이 각광받을 것이다.


참고자료

제프 자비스, <공개하고 공유하라>, 청림출판, 2013



P.S. 이 시리즈는 메디치미디어의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라는 책으로 출간이 되었습니다. 전체 내용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책을 구매하셔서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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