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지성과 사회적 경험

ICT 기술 인문학 이야기 2012/01/13 13:42 Posted by 하이컨셉

Walled Garden Blueprints
Walled Garden Blueprints by Anne Helmond 저작자 표시비영리변경 금지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사회적 경험은 놀이다. 개인뿐 아니라 주변 친구들과 역할 분담하면서 롤 플레이하고 소꿉놀이 한 기억,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한 놀이였다. 사회에서 부대끼며 살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경계도 지어졌다. 만나는 사람도 뻔해지고 소위 말하는 가족과 나, 나와 직장 좀 더 넓게는 국가를 포함한 범위 안에서 경험하는 사회적 경험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모든 것이 내가 속한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 기억에 남는 사회적 경험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학연 지연을 찾고 업무를 통해 통상적으로 넓어지는 인맥 정도 ...

여기에 윤활유처럼 새로운 소통의 파도가 일었다. 소위 커뮤니케이션 파도라고 부르는 것. 이를 이끈 것이 페이스북, 트위터,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이고, 이들은 과거보다 쉽게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일상적인 인터넷과 다른 점은 인터넷은 정보의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지식의 접근성, 활용성을 높일지는 몰라도 그것으로 인해 인생이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에 비해 사회적인 네트워크의 경우, 보통 네트워크에서 사람들의 동기가 모이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액션인 사회적 활동으로 이어진다. 나의 네트워크에서 만난 첫 사회적 경험은 PC 통신 동호회였다. 1990년을 전후 인기를 끌던 PC통신 서비스인 케텔과 PC서브(이후의 천리안)에는 다양한 동호회들이 개설되고 이들이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데, 나는 PC서브의 ‘셈틀소리’라는 미디, 컴퓨터 음악 동호회에 가입해서 미디 음악을 작곡하고 기계를 구매하였고, 동호회에서 만난 여러분들과 스튜디오에서 녹음도 하는 등 재미있는 사회활동을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왠만한 경험이 쌓이고 인연을 만나기 전에는 혼자서는 이런 액션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PC통신 동호회라는 것이 없었다면 말이다.

최근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그 범위를 더욱 확대했다. 누구나 개인적인 페르소나, 사회적 존재를 가상공간에 소유하고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다. 특히, 간단한 도구들과 연관된 서비스들이 많이 생기면서 무수한 사람이 소셜에서 다양한 행동패턴을 경험하고 있다.


디지털 인프라가 만든 환경

무엇보다 디지털 인프라를 갖추게 된 것이 고무적이다. 사회적 경험은 삶의 일부로 스며들어 생활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행복한 경험을 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인생을 살아가는 의미에 다양한 변화 요소가 생겼다. 과거에는 생각만 있고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으나, 이젠 뜻이 맞는 사람 몇몇이 모여 다양한 액션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 차원에서 행동반경이 넓어졌다.

사회적으로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개인의 영향력이 커졌다. 개인이 미디어가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실제 집단행동이라든지 모여서 뭔가 할 기회도 많아졌다. 자선활동, 캠페인이 좋은 사례다. 아직은 과도기지만, 시간이 지나 움직임이 커지면 분명 활발한 활동가와 비활동가들이 생기고, 초기에 상처받고 떠난 사람도 다시 돌아올 것이다. 페이스북만 해도 우리나라 사용자는 500만 명을 넘어 600만 명을 바라보고 있으며, 올해에는 1000만을 넘게 될 것이다.

개중에는 자연스럽게 문제점도 나타날 텐데, 시스템 측면에서도 이런 부작용을 제거하기 위한 업데이트가 있을 것이고, 사람들도 부작용에 대해 인지하고 그에 맞추어 대응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인간 사회가 늘 그렇듯 커다란 변화에 따른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다. 사람들 간의 규칙과 윤리에 대한 자연스러운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이런 새로운 생태계는 안정궤도에 오르게 될 것이다.


연결지성과 사회적 경험

관계를 통해 연결한 연결지성이나 소셜 네트워크는 자기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중요하고,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단, 스스로 힘을 가지려면 네트워크에는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과도한 집단성이다. 다양성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이슈를 포괄해야 하는데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다른 의견은 배척하는 성향이 많이 보인다. 이는 소셜네트워크 본연의 자정능력을 해치는 행위다. 비판적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소셜네트워크의 문맥을 이해하고, 소셜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진정한 사회적 경험은 오픈 마인드에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마음을 열고 최대한 많은 사람의 생각을 듣고 그들과 함께 가치를 만들려는 노력,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균형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제 사회적 경험은 기업, 마케팅 차원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운동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월간 w.e.b. 2012년 1월호에 인터뷰 형식으로 나간 기사입니다. 
정리해주신 박수연 기자님께 감사드려요. 약간 잘못 받아적으신 부분 등이 있는데, 그런 부분 수정해서 다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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